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유 - 김두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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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ctalbar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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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유 - 김두일TV

올림 by fractalbarista »

출처: 김두일TV

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유

2022-02-26

간만에 좀 긴 글을 쓴다.

1.
블라디미르 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비난 받는 것을 윤석열 지지자들(신천지, 일베 포함)은 쉴드치고 있다. 쉴드의 논리는 러시아 침공이 더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이고 질렌스키 대통령은 남아서 결사항전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
현 우크라이나 상황을 구한 말 일본을 포함한 열강들의 이해관계에 희생당한 조선에 비유하면서 질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 일제에 강점 당한 조선의 현실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주장하는 글도 제법 보였다.

일견 그럴싸(?) 해 보이지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 주장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3.
이 전쟁 혹은 침략은 그리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접근이라면 당연히 침공한 러시아가 잘못이고, 푸틴이 개객끼지만 국제정세와 자국의 방어권의 차원에서 보면 좀 더 복잡 미묘하다. 그 이해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동서로 갈라져 있다. 친러시아 진영의 동쪽, 친서방 진영의 서쪽이다. 역사적인 이유도 있고, 지리적인 위치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현재 정권을 잡은 친서방파가 순수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니 우리 관점에서는 이쪽이 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들은 2차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부역 세력이었다.

4.
하지만 그들은 2014년 유로마이단 과격 폭력 시위를 통해 정권을 획득했다.

이 시위가 '시민혁명'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2004년 유로마이단 시위는 시민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14년 유로마이단은 폭력 시위이고 (돈바스) 내전으로 발전했으며 심지어 그들은 수많은 민간인들을 고문, 강간, 학살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개입했고 프랑스, 영국이 중재를 했기에 그 과격 폭력 시위가 그나마 멈춰진 것이지만 어째든 그렇게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정권을 획득했고 이후 우크라이나는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친서방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5.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는 흑해 함대의 주둔지라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만 알려졌지만 사실 그 영토는 러시아의 것인데 우크라이나에게 이양한 인물이 바로 스탈린에 이어 소련의 2대 서기장을 했던 흐루쇼프다. 흐루쇼프의 정치적 기반은 우크라이나고, 결혼을 두 번 했는데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다. 흐루쇼프는 우크라이나 공산당 서기장 출신으로 중앙무대에 가서 소련의 서기장이 되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가 그의 든든한 정치적 기반인 것이다.

흐루쇼프에 이어 다음 소련의 서기장이었던 브레즈네프도 우크라이나 태생이고 정치적 기반도 우크라이나다. 60, 70년대 미국과 패권 경쟁을 했던 소련의 제1 권력자였던 흐루쇼프와 브레즈네프는 모두 우크라이나 동남부 출신이고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모두 친러시아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동슬라브족으로 인종적으로 한 뿌리이고, 사용하는 언어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각자의 언어로 소통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또한 소련 연방체제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중앙정치에 유력 인물들을 배출해서 두 국가는 사이가 좋았다. 크림반도도 그렇게 우크라이나로 넘어갔고 소련의 주요한 핵무기도 전략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사실상 형제와도 같은 관계인지라 우크라이나에 주로 배치가 되었던 것이다.

그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도 틀렸다. 물리적인 핵 무기만 있지 그것을 운용할 유지할 능력이 우크라이나에는 없었다.

7.
구 소련이 붕괴된 이후 좋았던 시절은 가고 형제와 같았던 두 국가의 갈등은 다시 시작된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체제에서도 그렇지만 독립을 한 후에도 경제적으로 아주 안 좋았다. 어느정도였냐면 러시아의 경제 원조가 아니면 먹고 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최빈국'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데 그나마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지탱해 주는 것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덕분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거미줄 같은 송유관 루트를 깔아놓고, 우크라이나에 송유관 관리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덕분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가스(석유)는 상당부분 할인혜택 혹은 무상으로 써 왔다.

우크라이나 인구는 약 4천만 정도인데 그 중 300만명이 러시아에서 일을 한다. 월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인구의 8% 수준이지만 가구로 따지면 평균 세 집에 한 명 꼴로는 러시아에 가족이 가 있는 셈이다.

8.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친서방파와 친러파의 대립이 생긴 것이다.

어느 쪽이건 정치지도자들은 부패했다는 것은 동일했다. 제대로 된 지도자들이 어느 진영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고통 받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이권에만 몰두했다.

친서방파가 정권을 잡은 유로마이단 시위가 왜 시작되었는지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가채무를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모라토리움을 선언해야 할 상황까지 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때 EU의 지원과 러시아의 지원 중에서 어떤 것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9.
당시 친러파의 중앙 정부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를 반대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2014년 유로마이단 시위였다.

문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 그리고 무장한 네오나치들이 대거 이 시위에 들어와 심각한 폭력 사태로 변질되었고 이를 통해 국가가 전복되었다. 이후 완벽하게 친서방파로 정권이 넘어가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했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친러파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수명이 끝나 버렸다.

10.
이 상황에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전략적 요충지이고 구 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양한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명분이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 러시아의 행동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질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가 있는 남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상수원을 아예 끊어 버렸다.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이 있는 것은 납득이 되나 그렇다고 자국민들이 여전히 대거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수도를 끊어버린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 나는 모르겠다.

11.
문제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질렌스키는 "EU가입과 나토가입을 하겠다"고 주장을 했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주요 회원국들이 대부분 반대한다. EU는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에 유럽의 최빈국 우크라이나에 EU 주요국가들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을 돈을 내야 하는 주요 국가들은 반대한다.

또한 예상과 달리 나토 가입도 순조롭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략적 완충지대가 없어지는 것이고 이는 군사적으로 자신들과 적대하는 나토군과 국경을 맞닿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12.
그래서 푸틴은 “그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경고를 한 바 있다. 사드 몇 기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이 엄청나게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감안해 보면 경제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못한 러시아가 직접 나토군과 국경이 맞닿는다는 것은 그만큼 국방예산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고 이는 러시아가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이 '절체적인 위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그저 나토의 동진 정책이라는 이해관계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바람을 살살 집어 넣었지만 러시아는 여차하면 전쟁까지 각오하고 이번 사태에 뛰어든 것이다.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미국은 애초 우크라이나의 기대와 달리 달리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독재가 푸틴이 ‘정말 미친 짓도 할 각오’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3.
내가 질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유는 '친서방'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EU 가입과 나토가입을 추진했던 것이지만 그건 정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속이고, 끊임없이 러시아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는 초등학생이 UFC 선수에게 한판 붙자고 도발하는 격인데 질렌스키는 러시아가 자신의 도발에 빡 돌아서 침공을 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자신들을 위해 이 문제에 개입을 해 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즉 아주 심각한 오판을 한 것이다. 본인들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외세에 의해 자주국방을 이루겠다는 터무니없는 판단을 한 것이다.

14.
오판보다 더 나쁜 것은 거짓말이다. 질렌스키는 우크라니아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국민들을 속였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가 국경에 병력을 집결하고 있을 때에도 전쟁에 대한 위협을 그렇게 심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질렌스키는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모든 남성들에게 총을 줄테니 와서 싸우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래서 어제 뉴스에는 가족들과 이별하고 전장으로 향하는 짠한 모습들이 나오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지금의 정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베트남 같은 밀림이나 아프칸 같은 산악지형이 아닌 순수 평야 지형에서 절대적으로 화력의 우세함이 중요한 현대전에 총을 들고 나서는 것은 솔직히 가치 없는 죽음으로 국민들을 내 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5.
질렌스키는 지금 국민들을 볼모 삼아 서방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을 죽게 만들기 싫으면 빨리 서방세계에서 나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은 나설 의지가 전혀 없다. 경제제재의 수위도 예상보다 낮다. 미국이 그러니 다른 나토 동맹국들도 나설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모스크바가 불 탈 각오를 하고 이 문제에 나선 푸틴과 미국 본토가 불타는 것을 조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바람을 집어 넣은 바이든은 애초에 전쟁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16.
이것이 지극히 냉정한 국제정세이자 자국이익주의인 것이고 국가 지도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푸틴이 개객끼고 침공한 러시아가 분명 나쁘지만 그래도 나는 가장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질렌스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불쌍하지만 잘못된 지도자 한 명이 얼마나 국가와 민족의 큰 위기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지가 나는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

17.
현재 대선 국면에서 '선제타격'과 '사드 추가배치'를 외치는 윤석열을 보면 나는 질렌스키가 보인다.

무능한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는 끔찍한 것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어제 TV토론을 보면서 들었다. 이전 토론은 윤석열의 바보 같은 모습에 웃었지만 어제는 서늘했다. 위험한 바보가 대통령이 되게 할 수는 없다.

투표 정말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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